2009/09/28 11:43
일상/혼잣말
우리의 대화 중에
상대방이 내가 의도한 바를 100% 이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화가 실패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
서로의 생각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컴퓨터처럼 서로에게 입력된 정보가 똑같다면
대화가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대화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진짜 내 마음과 꼭 맞는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
'이렇게 내 마음을 다 알아줄 사람이 없다니.'
대화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상에 그 어느 누구도
내가 느끼는 것을 완벽하게 똑같이 느끼는 존재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고독합니다.
그것은 슬픈 일이 아닙니다.
고독은 이 세상에 '나는 나 하나뿐'임을 분명히 증명해줍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나의 유일한 가치를 변호해줍니다.
우리는 대화에 실패하면서 고독을 경험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대화가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대화는 실패하기 때문에 계속 존재합니다.
우리의 눈은 밖을 향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더 잘 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하여 해주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해주면 상대방의 반응은 참으로 의외입니다.
그를 위해서 해준 나의 충고를 잘 받아주었으면 좋겠는데
시큰둥 하거나 부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마음이 상해버리고 관계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충고를 해주어야 할 경우는
상대방이 내게 조언을 구할 때입니다.
'나 어떻게 해야 하지?'
내게 요청해올 때 입니다.
만약 그렇게 물어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나의 충고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공감(共感)이 필요한 때입니다.
해주고 싶은 많은 말들을 과감히 내려놓고
단지 '함께 느껴주는' 것입니다.
공감의 시작은 '함께 보기'입니다.
내 눈이 아닌 그 사람의 눈으로 함께 보는 것입니다.
공감의 중간은 '함께 느끼고 함께 반응하기'입니다.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고 그 생각과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공감의 끝은 '함께 걷기'입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답답하더라도
그 사람과 하나가 된 상태로 그 문제의 상황을 걷는 것입니다.
나까지 답답할 수도 있고, 나까지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함께 하는 것으로 그 사람에게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충고 한 마디 해주지 않았어도
공감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누구나 '내 말을 들어주고 내 기분을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입니다.
사실 우리는 몰라서 헤맨다기 보다는
알면서도 그 문제 가운데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다만 공감해줄 누군가가 없어서
뒤틀어진 마음에 계속 그 문제 속에서 허부적대고 있을 뿐입니다.
공감해주세요.
그 사람의 다친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그 사람 스스로 털고 일어날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공감하기 시작하는 내가
비로소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은 고독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화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출처 : 둘이 앉는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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